1.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colon syndrome)의 개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배가 아프고 변비나 설사를 하는 질병입니다. 육안으로 봤을 때 염증이 있다든지 형태가 이상해졌다든지 하는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지라 ‘기능성 장질환’이라고도 불리는데 사람으로 따지면 “멀쩡하게 생긴 놈이 왜 저러냐”에 해당합니다. 사실 환자에게 “당신의 장이 과민하다”라고 말하는 건 좀 무책임한 말일 수 있습니다. 원인도 잘 모르고 치료법도 없다는 걸 우회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사춘기 이후 성인의 10-20%가 이 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만큼 흔한 병이고 현재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유전, 환경, 호르몬, 자율신경계 등 여러 요인들이 관계가 있음이 밝혀진 바 있고, 남자보다 여자에서 2-3배가량 많다는 것에서 보듯 심리사회적 요인도 관여한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원인이 뭐든지 간에 환자들의 장이 과민하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환자의 74%에서 음식물이 맹장 내로 들어갈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게 관찰됐습니다. 이건 실험으로도 증명되었습니다. 직장과 항문 사이에 풍선을 넣고 공기를 주입하면 통증이 오는 건 보편적인 것입니다. 근데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공기를 조금만 넣어도 통증이 유발된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로 보아 뇌에서 통증을 관장하는 부위가 증상 발현에 관계가 있으리라 추측됩니다. 또한 환자들 중 일부는 장염을 앓고 난 뒤 증상이 생겼다고 하니 세균 감염도 장이 과민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증상과 진단
1) 증상
흔히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환자 뱃속에 불이 활활 타는 것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이 병의 특징을 제대로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오는 과정을 해당 그림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의 대부분이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을 필수적으로 호소합니다. 복통의 위치는 배 왼쪽, 오른쪽, 아랫배, 명치 등 다양할 수 있으며 대게 일시적으로 경련이 오고 심할 때는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오기도 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통증은 대부분 식후에 악화되고 변을 보고 나면 완화됩니다. 대부분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나는데 둘 중 한 가지가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 중 설사가 더 괴로운 경우가 많은데 밥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를 하기 때문에 반경 10m 이내에 화장실이 없으면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이에 더불어 소환 불량, 가슴 쓰림, 구역질 등의 증상도 호소하고 트림과 방귀도 수시로 나오는 등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2) 진단
2006년 기준 로마에서 발표된 진단 기준을 통용되고 있는데 그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한 달에 최소 3일 이상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이 있으면서 아래 기준의 3가지 중 2개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라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장합니다.
- 변을 보고 나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 배변 횟수의 변화와 함께 증상이 시작됩니다.
- 배변 형태의 변화와 함께 증상이 시작됩니다.
세균이나 기생충으로 인해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병력을 꼼꼼히 듣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랫배가 아프고 설사나 변비가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금방 증상이 생긴다든지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기는 것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시사하는 소견입니다. 이 외에도 열이 나지 않고 체중 감소가 별로 없는 것, 변에 피가 섞여 나오지 않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밤에 설사가 심하거나 밥을 먹지 않아도 설사가 지속된다든지 하는 경우엔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환자의 병력이 진단에 부합하는 경우 검사를 많이 하는 것은 불필요합니다. 간혹 과민성 대장 증후군처럼 장의 구조적 이상이 없는데 원인이 나올 때까지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3. 치료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근원적인 치료법은 현재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1) 식이요법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악화된다면 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지나친 과당이나 인공 감미료 섭취는 설사와 헛배, 복통, 가스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변비인 경우에는 변을 잘 볼 수 있게 해 주며 설사가 주 증상인 경우에도 변을 천천히 내려가게 함으로써 설사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 항경련제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서 복통이 있는 건 장에 경련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경련제를 주면 복통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3) 지사제
설사 때문에 도저히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에는 지사제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항우울제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소장의 운동성을 줄여 줌으로써 설사가 덜 나오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변비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쓰면 안 됩니다.
5) 트럼 및 방귀 치료
트림이나 방귀는 우아한 삶을 저해하는 요소들이지만 치료가 쉽지는 않습니다. 식사를 천천히 하고 껌이나 탄산음료를 피하는 게 도움이 되는 정도입니다.
6) 스트레스를 줄이기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 있다면 별 것도 아닌 일에 자주 화를 내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처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환자의 장이 까칠한 경우입니다. 그러니 되도록 장을 자극시키지 않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증상 발현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면 되도록 일상을 즐겁게 보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배제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