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syndrome)의 유래
카를 프리드리히 뮌하우젠(Karl Friedrich Münchausen) 백작은 18세기 독일 낭만주의에 흠뻑 물들어 있던 전형적인 한량이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자 하나둘씩 해보지도 않은 무용담을 꾸며내기 시작했는데 이를 흥미 있게 여긴 루돌프 라스페(Rudolf Raspe)는 그를 소재로 '허풍선이 뮌하우젠 백작의 놀라운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마치 언덕을 굴러 내려오는 눈 뭉치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듯 수많은 독자들의 과장이 덧붙여지면서 점점 더 황당무계하고 기기묘묘한 모험담으로 변모해 갔습니다. 이후 1951년 영국의 의사였던 리처드 애셔(Richard Asher)는 기존 의학의 통념과 상식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하고 뒤집어엎는 것으로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그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음에도 의사와 환자의 상호 심리학적 관계에 주목했으며 그러는 와중에 상당히 많은 환자가 의사의 관심을 받기 위해 병을 꾸며내고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뮌하우젠 증후군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이처럼 뮌하우젠 증후군이란 타인의 사랑과 관심,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고 부풀려서 얘기하는 행동으로 허언증(虛言症)의 하나입니다. 심한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도록 조작하거나 꾸며내기도 하며 학대나 자해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2. 원인과 증상
1) 원인
뮌하우젠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아픈 척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부풀리는 정신장애를 겪습니다. 이들은 주로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았거나 심한 박탈감을 경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즉, 부모 혹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원인이 됩니다. 거짓말을 한다던지 허구의 이야기를 하는것으로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상상한 세계를 계속 믿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간혹 절도, 사기,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는 철저히 자신의 만족이 우선되어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행동하는 뮌하우젠 증후군과는 원인과 증상이 다릅니다.
2) 증상
뮌하우젠 증후군의 증상은 실제 증상이 없음에도 질환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병원, 의사 쇼핑을 하는 것입니다. 환자는 증상, 병원 검사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환자는 이러한 지식을 의료 계통에서 일하면서 얻기도 합니다. 실제로 환자 중에 의료 계통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환자는 과거력을 숨기고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기도 합니다. 이 이유로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며 시험적 개복술이 시행된 이후에야 환자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납니다.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도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자녀나 주변인이 아무런 병이 없음에도 병이 있다고 하면서 병원과 의사를 찾아가 가짜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아프다며 소아과를 들락거리는 어머니, 애완동물이 아프다며 동물 병원을 찾는 주인 등과 같은 유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간호 대상에게 특별한 질환이 없음에도 자꾸만 병원에 데리고 갑니다. 심한 경우, 자신이 '간호해야 하는 대상'을 실제로 아프게 만들어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3. 실제 사례
1) 윌리엄 맥로이(William McIlhoy)라는 영국인은 병에 걸린 척 꾸며내어 쓸모없는 의학적 치료를 받는 분야에서 '기네스북'에 올라 있습니다. 1993년 발행된 '기네스북'에 따르면 그는 1983년 요양원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무려 100개 이상의 병원에서 400회 이상의 수술을 받았으며 진료비로만 400만 달러 이상을 의료보험공단에 부담시켰습니다. 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22개의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 킬 메이너(Keele Maynor)라는 사람은 동료들에게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고 주장을 했고 일부러 삭발을 하고 몸무게를 감량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의 일을 대신 해주기도 하고 치료비 마련을 위해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려 5만 달러의 모금을 모았으나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고 법정에서 징역 3년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 앨러배마 대학의 정신과 의사 마크 펠드만(Marc Feldman)은 21세기 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 소위 인터넷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by Internet)을 우려합니다. 인터넷 대화방이나 채팅 창에서 자신이 끔찍한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상대의 동정을 구하기도 하고 실제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인터넷 동아리에 가입하여 고통을 토로하고 조언을 나누며 공동체 소속감을 누리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는 투병생활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면서 거짓 사진과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합니다. 이들은 가짜 이름과 경력을 내세워 가상의 아이덴티티를 조작해 내지만 그러는 사이에 이를 흡수하여 자신이 실제로 환자라는 환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일종의 다중인격장애와 유사한 상태에 이르는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