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에 대하여
스탕달 증후군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뛰어난 예술품을 감상한 뒤 정신적 충동이나 흥분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에게서 유래된 개념입니다. '적과 흑'의 저자인 스탕달(Stendhal, 1783~1842)은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레니(Guido Reni)의 작품인 ‘베아트리체첸치’를 감상한 뒤 계단을 내려오다가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무릎에 힘이 빠지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스탕달은 이를 치료하는 데 1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전해지며, 이후 이때의 경험을 자신의 일기에 기록하게 됩니다. 이후 피렌체를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미술작품 등을 관람한 뒤 스탕달과 유사한 증상에 시달렸다는 보고서가 연이어 입수되자, 심리학자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최초로 경험한 스탕달의 이름에서 따와 ‘스탕달 증후군'이라고 명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탕달증후군은 의기소침, 피해망상, 자아상실, 정서혼란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1996년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영화를 내놓기도 했는데, 이는 예술작품에서 받은 충격적 영감을 가공할 만한 범죄로 연결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 실제 책 기록
1817년 스탕달은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 갔다가 14세기 화가 지오토(Giotto)가 그곳에 그려놓은 프레스코화를 보고 그만 압도되고 맙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무릎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빠져 의식을 잃고서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충격에 벗어나는 데 무려 한 달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스탕달은 뛰어난 미술품을 보고 압도감, 경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무력감과 절망감까지 느꼈던 것입니다. 그런 그가 그때의 느낌을 자신의 일기에 낱낱이 적었는데 어떻게 생생하게 기록했는지 알아봅시다.
"아름다움의 절정에 빠져 있다가..., 나는 천상의 희열을 맛보는 경지에 도달했다. 모든 것들이 살아 일어나듯이 내 영혼에 말을 건넸다." 그 외에 또 스탕달은 그의 책 '나폴리와피렌체-밀라노에서 레조까지의 여행'에서 "산타크로체 성당을 떠나는 순간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걷는 동안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지오토는 이탈리아 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치마부에의 제자로 아시시와 피렌체, 파도바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는데 르네상스 원근법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거장입니다. 지오토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평가는 대단합니다. 단테는 “치마부에의 시대는 갔다. 지금부터는 지오토의 시대다.”라고 평했습니다. '데카메론'의 작가 보카치오는 자신의 저서에서 지오코를 최고의 화가로 평했습니다. 지오토의 대표작으로는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의 프레스코화와 산타 마리아 델피오레 대성당의 종탑 설계 외에도 파도바에 있는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프레스코화가 있는데 스탕달이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프레스코화 중에서도 ‘애도’를 연달아 봤다면 현기증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정말 졸도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스탕달이 프레스코화를 보고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탕달은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가 그린 작품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의 초상(1633년, 유화, Galleria Nazionale d’Arte Antica, Rome 소장)'을 보고 정신을 잃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설은 허구로 드러났습니다.
3. 스탕달 증후군의 예시
1)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에게서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흐는 1885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 개관하자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그는 램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의 <유대인 신부(The Jewish Bride)>를 보고 작품에 매료되어 함께 간 친구가 혼자 미술관 구경을 모두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그 자리에서 계속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흐는 그림 앞에 앉아서 2주만 보낼 수 있게 해준다면 남은 수명의 10년이라도 떼어 줄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2)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작품에서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인 로스코는 추상표현의 대가이자 평면회화의 혁명가로 불립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 특히 직사각형의 화면에 검정과 빨강을 대비시킨 대형 화폭을 감상하다가 졸도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색채나 형태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비극, 아이러니, 관능,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1979년 피렌체 관광객의 집단 발생
전 세계에서 고전 미술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피렌체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집단적으로 며칠 동안 스탕달 신드롬에 시달렸다는 기록입니다. 이 증상을 경험한 사람 중에서는 20~40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았고 독신자나 2~5명 정도의 소그룹 여행객들에게서 특히 빈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누오바 병원(Santa Maria Nuova Hospital)의 정신과 과장이었던 그라지엘라 마게리니 박사는 바로 이러한 증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이처럼 역사적인 걸작 미술품을 본 후 나타나는 의기소침, 피해망상, 자아상실, 정서혼란 현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미술작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이나 전기를 읽으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한 착란 현상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 상태로 돌아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