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의 정의
인간의 신체 중 왼손과 오른손은 항상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합니다. 눈치채지 못한 순간에도 두 손은 항상 서로를 돕고 있습니다. 단추를 채울 때에도 오른손으로 잡으면 자연스레 왼손이 단추가 들어갈 틈을 찾아 열어주고 오른손으로 펜을 잡으면 왼손은 자연스레 펜의 뚜껑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두 손의 관계가 문제가 생기게 되는 현상이 있는데 서로의 협력은커녕 반대쪽 손이 하는 일을 방해하기도 하는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을 그 모습이 이상해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이라고 정의합니다. 이처럼 한 손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정상적, 자동적, 비협력적으로 움직여 의지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를 통틀어 지칭하며 그 자체로 진단명은 아닙니다. 이 증후군은 비교적 드문 신경학적 증상 증후군으로 외상, 뇌경색, 뇌출혈, 동맥류 출혈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계인 손의 불수의적 움직임은 다른 이상 운동에서와 달리 목적성을 지닌 듯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외계인 손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은 마치 자신의 한 손이 외부의 다른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거나, 손이 손 자체의 영혼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2. 증상과 원인
1) 증상
한쪽 팔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게 됩니다. 반대 쪽 팔과 협력하지 않으며 움직이고자 할 때 움직이지 않고 본인의 의지와 다른 행동을 합니다. 보통 무의미한 반복 운동이라기보다는 마치 목적성을 가진 것처럼 움직임을 보일 때가 많으며 이러한 운동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반대쪽 팔의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자신의 몸을 잡아 뜯거나 꼬집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2) 원인
인간의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로 크게 나뉘어져 있으며 뇌량이라는 구조물이 이 둘을 연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뇌량에 여러 원인으로 병변이 발생하게 될 경우 양측 뇌를 연결시켜 주는 기능이 떨어져 양측 반구의 정보 소통이 어려워져 이른바 ‘분할뇌’ 상태가 되는데, 이 경우 외계인 손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드문 경우에 이마엽 안쪽의 병변으로도 외계인 손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아마도 이 부위에 보조 운동 영역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더욱 드물게는 정수리엽이나 시상의 병변으로도 외계인 손 증후군이 나타난 예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가능한 병변으로는 뇌경색, 뇌출혈, 동맥류의 파열, 뇌량절제술, 림프종을 비롯한 종양, 뇌외상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뇌량'이 끊어지면서 좌뇌와 우뇌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원인의 결과로 한쪽 손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일부 환자는 전두엽 기능 이상으로 인해 외계인 손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합니다.
3. 치료와 경과
1) 치료
우선 임상적인 증상과 신경학적 검진을 통해 외계인 손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으며 임상 양상, 경과 및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바탕으로 병변의 종류를 감별하게 됩니다. 이후 MRI를 통해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동맥류 파열의 원인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 검사합니다. 검사 후 원인에 대한 치료가 중요한데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경우에는 급성기의 안정 및 생체징후 감시, 병변의 크기 및 주위 부종의 크기에 따른 뇌압의 조절이 필요하며 내과적인 방법으로 뇌압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개두술을 실시합니다. 뇌경색의 경우, 빠른 원인 분석 및 이에 따른 혈전용해제, 항혈소판제제, 항응고제의 투여가 필요합니다. 뇌출혈의 경우, 고혈압성 뇌출혈인지, 비고혈압성 뇌출혈인지를 감별하여야 하며 원인에 따라 항고혈압 제제를 사용하고 뇌동맥류나 혈관기형에 대한 수술 또는 시술을 요할 수 있습니다. 뇌종양에 대해서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증상 자체에 대해서는 재활치료, 인지 치료 등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2) 경과
증상의 경과는 원인과 병변의 위치에 따라 다양합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경우 급성기를 지나면서 증상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일 수도 있으나 병변의 크기에 따라 예후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뇌종양에 의한 경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종양의 크기가 커지면서 증상이 악화되거나 인지기능의 장애, 간질 발작 등 다른 증상이 발생 혹은 악화될 수 있고,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더라도 종양 주변의 조직 손상으로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고,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외계인 손 증후군을 보이는 팔에 의한 외상이나, 보행 시에 부조화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낙상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증상 자체에 의한 합병증보다는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각각의 원인(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에 따른 합병증에 더욱 주의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중요합니다.